상실의 시대(노르웨이의 숲)

Posted by epsilon+
2019. 6. 7. 23:38 리뷰/책

이 소설을 읽고나서 한동안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에 빠져지냈다. 

대학교 1학년이 끝나가는 겨울방학무렵 처음 이책을 빌려서 읽었던것 같다. 웃기지만 당시 나는 소멸과 죽음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었고 그래서 이 책의 제목만 보고 선택하게 되었다. 철학적인 내용이겠거니 하고 집어들었지만 내용은 내 생각과는 거리가 있었다. 이 소설은 약간은 작가의 젊은 시절의 겪었던 시대를 회상하며 추억하는 에세이성격을 띠는것 같다.

겨울이 갖고있는 온기를 좋아하는데다 스무살만이 가질 수 있는 부드러운 감성까지 더해져 주인공이 마치 나인것처럼 소설에 빠져들었다. 주인공은 참 많은 여자를 만난다. 또한소설에 등장하는 매력적인 여자 캐릭터들은 한결같이 주인공을 사랑해준다. 그리고 주인공은 무심하게 그것을 받아들인다. 당시의 나는 여자와 열 마디가 넘는 긴 대화를 주고받아 본 경험조차 없었기 때문에 주인공 와타나베가 나인양 주인공이 된것처럼 소설에 몰입했던것 같다.  


와타나베는 고등학교 시절 절친이었던 기즈키를 잃고 어떤것에도 관심을 두지않으려 애쓰며 생활한다. 기즈키의 여자친구였던 나오코는 그의 상처받은 과거의 기억을 잘 표현해준다. 그러고보니 그가 위로를 받거나 위로를 하는 대상은 전부 여자인데, 나오코를 통해서 과거의 상처를 기억하고 레이코를 통해서 그 상처와 대면한다. 소설을 읽으면서 와타나베의 학교후배인 미도리가 무척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다. 그녀는 역시 순탄하지않은 과거와 가정환경을 가진 인물이다. 하지만 그녀가 등장하면 소설속 와타나베는 물론 나까지 그녀의 활기를 느낄 수 있었다. 미도리는 솔직하고 직선적인 성격에 활발하고 똑똑하다. 그리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거침없이 말한다. 갈피를 못잡고 방황하는 주인공에게 무한한 애정을 주고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소설내내 걷어낼 수 없었던 허무하고 쓸쓸한 분위기에 아주 약간의 희망을 보여준다. 

또 나는 숫기가 없는 편이라 미도리에 대한 동경과 함께 소설의 히로인(개인적인 생각이지만)이라 할 수 있는 그녀를 지켜보는 재미로 이 책을 읽었던것 같다. 


지금은 예전만큼 하루키의 소설에 열광하지는 않지만 예전에 나름 순수했던 나의 20대 초반의 감성에 영향을 준 소설이다.